광장의 비둘기들

히치콕의 영화 [새]가 떠오르지 않습니까?


서울의 역전에 가면 흔하게 만나는 게 비둘기. 평화의 상징 - 은 하얀 비둘기 - 이라는 비둘기지만 떼지어 뒤뚱뒤뚱 걸어다니는 모습을 보면 무슨 폭력 조직같기도 하고... 비둘기가 시내 풍경과 너무도 조화를 잘 이루어서 저도 모르게 발로 찰 뻔해 놀란적도 있어요ㅡㅡㄱ
차가운 돌에 입을 훔치던 성북동 비둘기의 로망은 어디로 간건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걸어다니는 건 그렇다쳐도, 소개팅하는 날이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써서 쫘악 빼입었더니 비둘기 똥이 머리에 안착하면 그날 기분은 정말 X입니다...
또 뚱뚱해서인지 저공비행을 일삼는 비둘기들 때문에 배를 타고 저택에 가다가 새의 습격을 받은 티피 헤드런이 되어본 적도 꽤 있어요. 게다가 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선명하게 들리는 울음소리는, 정겨운 자연의 소리는 못 되구요.

삭막한 시내에서 그래도 접할 수 있는 생명임에도 불구하고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은 비둘기의 퇴치방법을 생각해보면

1. 다리와 소리를 통해 위협한다.
많은 분들이 시도해보셨을 대중적인 방법인만큼 실효성은 제로에 가깝습니다. 걸어서 도망가거나 적을 농락하는 듯한 특유의 저공 비행으로 쫓아가기도 뭐하고 안쫓아가기도 뭐한 거리에 안착하는 비둘기들은 이미 허수아비에 앉아있는 참새만큼의 고수.
또한 이 방법은 자칫 잘못하면 비둘기와 유흥을 즐기는 것처럼 비추어져서 광인 취급을 받거나 왕따로 오인받을 위험성도 다분하여 결국 인간의 패배로 끝나는 게 대부분입니다.

2. 소음을 이용한다.
큰 음악 소리를 이용해서 쫓아내는 방법입니다만, 소음공해로 주변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고 전기세가 드는데다 하루 종일 음악을 틀어놓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고 하겠습니다.

3. 공사를 한다.
2번의 발전형으로 소음과 진동 뿐 아니라 먼지등과 같은 환경적인 공세를 퍼붓는 방법으로 매우 효과적이죠. 저희 동네 역사에서 한창 공사했을 때 비둘기는 없었습니다.
물론 공사 종료 후 저글링처럼 모여드는 비둘기들을 막지는 못합니다.

4. 천적을 이용한 환경친화적 방법.
지금 서울의 비둘기들의 많은 수가 88 서울 올림픽 때 날려보낸 비둘기들의 자손이라는 말도 있는 만큼 올림픽을 한 번 더 개최하는 겁니다. 그때는 비둘기 대신에 새들의 왕, 독수리를 풀어놓는 거죠. 위에 비하면 훨씬 세련되고 신사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다만 9시 뉴스에 '서울 시내 독수리 사람 습격'이라는 기사가 나와도 모릅니다ㅡㅡㄱ

5. 독살한다.
매일 새벽에 비둘기들에게 아침밥으로 독을 넣은 빵 부스러기를 나눠주는 겁니다.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 먹이주는 사람은 이틀에 한 번씩 물갈이(?)하고요. 생명경시 풍조의 확산이라는 비난과 함께 분노한 비둘기들의 거센 반격이 예상되는 방법이지요.

6. 포획한 뒤 처리한다.
일본에서 까마귀들을 잡아 죽인다는 보도를 예전에 봤던 적이 있습니다. 이 방법은 꾸준히 증가하는 새의 숫자를 도시 경관에 알맞은 숫자로 맞추기 위해 비둘기를 파악, 연구할 전문 부서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청년 실업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는 일석이조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겠습니다. 문제는 돈과 포획한 비둘기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죠.

정도 되겠습니다, 더 있겠습니다만.
적어놓고 보니 제가 비둘기에 엄청난 원한을 품고 있는 것 같지만 비둘기와 저 사이에는 어떠한 모종의 관계나 암약은 없습니다.

이건 여담인데, 가끔 거리 포장마차에서 꼬치 사먹을 때마다 혹시 비둘기 고기가 아닐까 의심해봅니다.(나만 그런가.)

사진 출처는 웃긴대학입니다.

by clyde | 2005/01/26 01:31 | 휴게실 | 트랙백 | 덧글(6)

밥 먹기 싫을 때, 생각나는 선두!

<식사할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바쁜 현대인에게>

<식사할 의욕조차 없는 당신에게>

자신있게 권해드리는 영양식, 선두!

<외계인에게도 즉방!!>
<주의 : 부작용>


밥 먹는 것 싫어하는 저에겐 반드시 필요한 아이템입니다.
어떻게 콩 한 알로 10일이나 버틸 수 있는지, 이 미스테리한 메카니즘을 약간 고찰을 해보자면,

선두를 마구 집어먹은 마지막 사진의 결과를 보아서는 분명히 [위 속에 들어가 위액과 닿으면 팽창하는 새로운 종류의 식물]이 아닌가 합니다. 만두를 먹고 물을 마시면 만두가 배 속에서 불어나는 것과 마찬가지로요. - 장예모 감독의 [인생]참조

이렇게 되면 선두는 포만감을 주는 대신에 [변]을 보러 가야 한다는 단점을 동시에 가지게 되었군요. 휴대성은 뛰어나니 군용으로 쓰기에 안성맞춤이라 하겠습니다.

다른 시각에서 보았을때 가능한 방법은 콩 한 알에 10일 분의 칼로리를 모두 다 집어넣는 것입니다. 보통 사무직 남성이 사용하는 평균 열량 2500 칼로리를 10일 이라고 하면 25000이 되는 군요. 전 이쪽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단백질 구조를 촘촘히 메꾸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1년에 한 번만 화장실에 가게 해주는 신약도 개발되었다니 말이죠. 하지만 열량을 해소하기 위해서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는 콩의 부피를 늘리는 것이 더 쉬운 방법이기 때문에 선두같은 식품이 나올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입니다.

식욕과 미각이라는 것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욕망이기 때문에 선두 같은 음식이 나와도 음식이 사라진다거나, 요리사가 천대받는다던가 하진 않겠죠.

by clyde | 2005/01/21 20:04 | 휴게실 | 트랙백(1)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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